K리그 경기 VIP 의전 알바: 축구장 재밌네 ⚽

인생 살면서 많은 알바들을 해봤지만 통상 유니폼 입고 상냥한 미소 유지하면서 몇 시간 바른 자세로 서 있기만 하면 되는 일들이 쌔빠지게 고생하는 일보다 돈은 최소 1.5배-2배씩 받고 딱히 하는 건 없는 진짜 꿀알바다. 사지멀쩡하신 높으신 분들한테 “계단 조심하실게요” 뭐 이런 거 하면 되는. 사실상 쇼맨십인데 점점 사회를 겪다 보니 보여주기식이라도 이런 게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더라. 뭐 쨌든.

외국어 좀 할 줄 알면 리에종 같은 일이 돈은 많이 벌면서 몸 편하기로는 최곤데 몇 년 만에 다시 알바 좀 뛰려고 찾아보니 리에종도 거의 최저 시급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엥 싶었다. 이쪽 업계 사람들 말 들어보니 요구 사항은 점점 늘어나면서 시급은 10년 전 그 자리라던데 진짜로 그렇길래 좀 당황스러웠다. 진짜 이제는 뭐 언어 좀 하는 게 메리트도 아닌 건지.

어쨌든 이래저래 단기 위주로 알아보다 보니 축구 경기 vip 의전 알바가 있어서 지원했다. 일반 진행 요원에 비해서 근무 시간은 훨씬 짧은데 일당은 좀 더 높은 정도였다. 보통 이런 일은 나이가 깡패라 안될 줄 알았는데 이런 쪽 경험 있는 사람들로만 뽑는 거 같았고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느낌이라 딱히 터치도 없고 어피도 알아서 정장 입고 오면 된다 정도가 끝이었음.

구단주, 기자들, 선수 가족/지인들, 경기 관람 온 타 선수들 등등이 vip라고 보면 됐는데 다과랑 음료 정도 챙겨드리고 구단주 위주로 한두시간만 빠짝 시다바리 하면 되는 일이었다. 뭐 그렇게 높은 퀄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vip분들 대부분이 매우 나이스하셔서 힘든 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대충 봐도 개판인 시스템에 전반적인 운영 퀄리티도 매우 구리고.. 익명의 단기 알바라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운영 업체는 그렇다 쳐도 구단 직원들 진짜 일 안하네 하는 생각이 제일 컸다 ^_^ 그냥 다들 구단주 등판할 때만 잘 보이면 된다는 마인드인 듯. 여기만 그런 건지 K리그 평균인지는 모름.

단순히 알바 후기로만 따지자면 일은 어려울 것 전혀 없고 의전하면서 중간중간 vip석에 올라갈 때나 그 외 남는 시간에 요령껏 경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느낀 점 세 줄 요약은 1. vip석 확실히 시야 좋다, 2. 생각보다 K리그 응원 열기 쎄구나, 3. 딱 봐도 선수 여자친구 or 아내로 보이는 분들 개이쁘다. ㅋㅋㅋ

EPL이랑 A매치는 챙겨봐도 K리그는 크게 관심도 없고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열기와 현장감에 축제 분위기도 나고 나름 재밌었다. 집이랑 가까운 구장이 있다면 홈 경기 있을 때마다 꾸준히 나갈 수 있기도 하고 매우 추천할 만한 알바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