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 예도 알바: 지루할 틈이 없는 주말 노동기 🤵👰

예식 도우미 알바는 웨딩홀에 직접 소속되거나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파견을 나가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에이전시 소속이면 담당 웨딩홀마다 팀장이 따로 있고, 팀장의 역량에 따라 식마다 예도가 있고 없고가 나뉘기도 함. 에이전시 소속은 계약 되어 있는 여러 웨딩홀 중에서 골라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단점으로는 웨딩홀 직원들의 엄청난 텃세를 견뎌야 한다.

웨딩홀에 직접 소속되어 일한다 해도 직원들의 텃세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직원들이 용역 계약 관계에 있는 클라이언트 입장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관계성을 쌓아나가며 소속감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된다. 서비스의 퀄리티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당연히 웨딩홀 직접 소속이 일하는 입장에서의 마음은 편하다.

업무 포지션은 스캔, 예도, 컨시, 대기실(신부 케어), 혼주 케어 등으로 나뉘는데 중요도로 따지자면 식 진행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스캔과 예도가 메인이다. 스캔은 식 전반에 걸쳐 조명/음향/영상 등을 컨트롤하는 포지션인데 규모가 작은 웨딩홀의 경우는 사회자 옆에서 스캔을 보면서 예도도 같이 하는 게 대부분이고, 규모가 어느 정도 있으면 스캔실이 따로 있어서 밖으로 나올 일 없이 화면으로 모니터링 하며 기계만 조작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면 남자들도 가능.

다음으로 예도는 크게 사회자(왼쪽), 축가(오른쪽) 담당으로 나뉜다. 식 시작 전에 단상 위에 양쪽으로 서서 양가 어머님 화촉 점화, 신랑신부 동선 이동 등을 돕고 박수 유도를 함. 모든 입장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주어진 시간 안에 딜레이 없이 식을 끝내는 것이 사회자 담당의 최우선 순위다. 점점 식을 짧게 하는 추세고 주례 없는 결혼이 대부분이라 요새는 어렵지 않을 듯. 축가 담당은 축가자 동선 안내와 마이트 세팅 정도만 도와주면 돼서 비교적 편하다. 이 외에도 식 중간중간 서약서나 예물, 마이크 전달과 회수 등을 함.

식이 끝나면 사진 촬영 안내 방송, 연회장 안내, 플라워 샤워/축포 뒷정리, 혼주석 세팅 등을 빠르게 진행하고 바로 다음 식 리허설로 들어간다. 식 진행 텀은 타이트하면 1시간, 여유가 좀 있는 곳은 1시간 반 정도라 성수기 풀 예약 기준 아침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에 5-7건을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1시간 반 텀도 생각보다 촉박하기 때문에 식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식의 사회자/주례 미팅(멘트 분배), 양가 어머님 화촉 점화 리허설, 신랑 리허설, 축가 리허설을 진행해야 하고 보통 이것들은 스캔과 예도가 분담해서 진행한다.

컨시어지는 전반적인 하객 안내, 신부/혼주 케어 포지션은 식 전후로 신랑신부와 혼주를 밀착 케어하며 폐백실과 연회장까지의 동선 안내 등의 업무를 한다. 이 쪽은 메인에 비해 부담감도 덜하고 일도 훨씬 편하지만 메인을 할 줄 알게 된 이상 이 포지션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음. 혼주 케어 같은 경우는 사실상 식이 시작되고 나면 폐백실 쪽에 붙어서 요령껏 쉴 수 있는 시간도 많다.

아무래도 결혼식이다 보니 신랑신부 측을 비롯한 하객들도 전반적으로 나이스한 편이고 딱히 진상 손님을 마주할 일은 없다. 다만 생방송이나 다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식에 직결되는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거나 하면 그냥 조져질수도. 사실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회자가 늦는다거나 축가자가 제 시간에 대기하고 있지 않다거나 할 때가 제일 똥줄 타는 순간이다.

구두 신고 하루 종일 서서 하는 일이라 다리가 아픈 것만 빼면 일 자체는 재밌다. 누군가의 일생일대 결혼식이기에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 상태로 식에 집중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시간도 빨리 간다. 정말 재밌고 특이한 식도 많고 점점 무뎌지긴 해도 같이 감정 이입 되는 순간들도 많다.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계속 마주치는 업계 사람들(전문 사회자님, 드레스 이모님, 폐백 이모님, 사진 작가님 등)과 안면도 트게 되고 이들과 스몰토크 하는 재미도 있다. 특정 지역에서 일할 때는 축가자나 하객으로 참석하는 연예인들도 많이 보고 종종 유명인들 결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예도 알바는 전반적인 연령대가 매우 낮아서 20대 초중반에 주말만 일하며 용돈 벌이 하기에는 최적의 일이다. 서비스직 준비하는 사람들, 특히 승준생들이 정말 많고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웨딩홀은 전문대 항공/호텔관광과랑 산학 연계가 맺어져 있기도 함. 지금은 사회가 많이 변하긴 했으나 대놓고 키, 외모 많이 봤던 일이고 같이 일하는 언니 오빠들 전부 예쁘고 잘생겼던 기억이 있다. 또래 친구들끼리 모여서 같이 놀러 다니는 재미도 있었고 팀웍이라는 걸 배워나가며 서로 의지하며 일하는 재미가 있었던 일.